요즘 TV드라마로 만들어진 윤태호 작가 웹툰 원작의 '미생'이 인기인듯하다.
회사에서도 다들 미생, 미생을 입에 달고들 산다.
나는 왜 미생을 비교적 늦게 읽은 편이다. 작년 7월즈음인가?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사회생활 시작한 초창기, 신입시절.
지금이야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지만 그땐 IT영업이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중견 벤처기업의 세일즈맨으로 덜컥 취직을 했었더랬다. 익숙치 않은 비즈니스를 시도하던 때가 떠오른다.
직장생활이라는 부분에서 부닥치는 이야깃거리들,
심리적인 묘사,
담담한 스토리텔링,
그 모든것들에 대해 너무나 공감하게 되는 치명적인 리얼리티까지,
정말 최고의 웹툰이다.
평사원으로써 임원진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언제나 같다.
군생활 할때도 대대장급 이상 장교들을 대할땐 늘 저렇게 바짝 얼었었지.
지금이야 사회생활 6년차... 게다가 게임회사이다보니 수직적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타 업종에 비해 덜한편이긴 하다.
부서간의 이해관계와 업무성향이 다르고 그에 따라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일도 생긴다.
또한 우리 업무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하고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부서간 사소한 업무범위에 대한 다툼은 직장생활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나 수직적 업무관계가 분명히 갈라져 있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이러한 부분은 더욱 민감한하다.
당돌하고 능력있는, 그래서 그녀의 팀에서도 기존 선임들에게는 껄끄러운 존재로 느껴지는 신입사원 안영이가 무언가 잘못된 혹은 의문인 점에 대해 직언을 하기 위해 재무팀장(부장)을 막무가내로 찾아갔다가 된통 깨지고 쫓겨나오는 장면.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사실 신입으로 입사하고 몇달정도 되면 어느정도 기초적인 업무의 흐름이 눈에 들어올법도 하다.
(물론 그것도 그 자신만의 착각이다만...)
소위 신입사원 사춘기라는 부분인데....이게 또 내가 신입 초기에 저질렀던 실수와 어찌나 닮아 있던지.
나도 입사 3개월쯤 되고 어느정도 업무를 해보겠다고, 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출장간 자리에서 내 사수였던 차장님보다 먼저 용건을 꺼내서 화두를 던졌다가 나중에 차장님께 깨진적이 있다.
협력업체(1차 벤더)와의 전화통화에서 차장님 통화하는 스타일 따라하다가 오히려 건방지게 그게 뭐냐고 혼난적도 있었더랬다. ㅎㅎ
지금이야 나도 대리 직함달고 팀에서 어엿하게 사람구실 하고 있지만, 그 옛날 신입시절의 내 행동들과,
업무태도들을 되돌아 보면, 참 어찌나 말도 안되고 유치한 생각들이었는지...
물론 지금의 내 모습도 5년, 10년 후 되돌아 보면 또 같은 느낌을 받게 될것이다. 필히 그렇게 되겠지.
그리고 너무나 상투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내 업무태도는 과연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부분에서 충실도를 충분히 채우고 있는것인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계약직으로도 취직하기 어려운 요즘 세상.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정규직으로 6년차.
대리직급을 달고 한계단 한계단 밟고 올라가고 있는 내 현재 상황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신입때의 그 패기있고 비전이 분명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얼마나 갈지는 과연 ㅋㅋ)
그리고 내 책임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혼자 낭만 다 차지하고 앉아서 나만 현실과 싸우란거야. 뭐야."
"누구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그렇다. 샐러리맨의 생활은 그 자체로 환상이나 희망사항이 아닌 직접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고
자신의 능력을 나름으로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전장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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